철작가, MZ가 세상을 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
불목하니 본문
절에서 밥을 짓고 물을 긷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 ≒불목한
어제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단어이다. 소설에서 나온 문장은 '우리 수도원은 보기에도 알 수 있듯이 규모가 꽤나 됩니다. 수도승 60명에 불목하니 150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였다. 불목하니가 어떤 뜻인지 싶어 검색해보니 절에서 사소한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심지어 단어를 자꾸 뜯어보아도 허드렛일을 하는 절사람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서양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불목하니라는 말이 활용된 것을 보니, 꼭 절사람으로 사용되기보단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활용되는 것 같다.
동사 중에 '불목(不睦)하다'라는 단어가 있다. 不(아니 불)과 睦(화목할 목)이 합쳐져서 화목하지 못하다 라는 의미로 직역하여 사이가 좋지 않다 라는 뜻이다. 이 얼마나 직관적으로 이해되는가. 반면에 '불목하니'는 대체 어떤 어원을 갖고 있길래 동사와도 맥락을 전혀 같이하고 않고 동떨어져 사용되는가.
비슷한 절 용어 중에 '굴묵지기'라는 단어가 있다. '글뚝을 보며 잡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졌으며 이 또한 불목하니보다는 더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굴묵지기' , '불목하니' 두 단어 모두 검색해도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아무래도 근현대에 들어오면서 절이 사라지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소실되어가는 단어 중에 하나인 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이 단어가 많이 사용되던 그 시대에는 상상도 못하던 기깔나는 단어들이 지금은 너무 많이 탄생했으니 그에 상쇄되는 단어들의 죽임은 필연적인 듯 하다.
죽어가는 단어의 바짓단을 붙잡고 글로 남겨보았다. 어디에도 활용되지 못하는 이 단어를 내가 조명해본다. 세상 어딘가에 아직 존재할 불목하니들을 위해서..
'내 감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리어네어 (6) | 2023.12.30 |
---|---|
인플루언서 (1) | 2023.12.24 |
글을 써보려고 한다. (1) | 2023.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