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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밀리어네어

철작가 2023. 12. 30. 12:58

 호주에 한국으로 귀국 후 인천 송도에서 고급 아파트 홍보관에서 일한 적 있다. 해당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가 소유했던 주상복합 아파트이며, 건설사는 현금 확보를 위해 아파트를 파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임차인이 입주하여 장사 중인 가게들의 소유권을 민간에게 파는 일을 도왔다. 해당 매물들의 가격은 상당했다. 10억짜리 봉구비어부터 80억짜리 2층 밴츠 매장까지 다양했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했다. 홍보관에 스타벅스 음악이 나오게끔 스피커를 조정했고, 손님들에게 커피나 다과 따위를 서빙했다.

 

 세상에 그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것도 처음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전단지를 주면서 20억짜리 건물을 홍보한다면 10명 중에 몇 명이나 호응할 것 같은가? 놀랍게도 50%의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고, 30% 사람들을 세부 상담을 위해 홍보관으로 들어왔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돈의 가치의 상대성을 느꼈다.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통장에 몇십억씩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어떤 결과를 추구하는지 간접적으로 배웠다.

 

 밀리어네어(millionaire), 백만장자라는 이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미화 1백만 달러를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자라는 뜻이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큰 부자'를 일컫기도 한다. 1백만 달러는 원화로 13억 원 정도이다. 이 홍보관에 방문한 수많은 밀리어네어들의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그들은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겸손한 걸까? 아니면 이제 세상에 밀리어네어는 부자로도 안쳐주는 객관적인 시각이 팽배해진 탓일까? 아마 둘 다 일 듯하다. 그들은 모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그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홍보관에 앉아있다. 자산을 잃지 않기 위해 무언인가를 사야 한다, 부족하면 빚을 내서라도. 이것이 그들의 두 번째 공통점이다. 이 사실은 돈이 더 많아질수록 비례하여 증폭되는 듯하다. 10억의 자산가와 100억의 자산가가 현금을 자산화하는 목적은 약간 다르다. 10억의 자산가가 부동산을 사는 이유는 시세차익 실현과 고정적 월세 확보다. 그들의 눈매는 비교적 매섭다.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세계 거시경제부터 미시적인 동네 소식까지 일목에 훑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차인들의 월세 납기일에 예민하다.

 

 반면에 100억의 자산가가 부동사는 목적은 오로지 가치의 보존이다. 그들은 자산의 가치변동에 의한 시세차액에 비교적 관심이 적다. 다만 보유 중엔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부동산을 산다. 만약 경제의 성장의 멈추고 물가상승률이 0% 이하가 된다면, 기꺼이 현금을 장롱 안에 보관해 놓을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자신의 소유를 지키기 위해 부동산과 같은 재화를 구매해야 하는 일 자체가 귀찮다. 그렇지만 현금으로 묻어두는 일만은 차마 할 수 없다. 자산화 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 부동산은 그마다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인 거다. 부동산 외에 그나마 안전한 무형자산으로 국채 또는 지수추종 ETF 상품을 구매하는 젊은 부자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연령층이 높은 세대에게는 무형자산이 추종자, 돈놀이꾼들의 손장난 같은 보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맞는 듯하다. 

 

 사람들은 돈을 좇는다. 나도 그렇다.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잡는 일은 꽤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정량적인 목표액을 숫자로 정할 수도 있기에 달성률을 수치화하는 일도 훨씬 수월하다. 그럼 원하는 만큼 돈을 벌고 난 다음은 어떤 목표를 잡아야 할까? 혹은 그만큼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삶을 살고 있을까? 이러한 호기심의 맥락으로 요즘 수십억의 자산가들의 인터뷰들을 여려 매체를 통해 즐겨보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생각했던 것보다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가치들이다. '평화', '가족', '배움', '행복' 따위의 것들. 배우고 싶은 악기를 배워보고, 가끔 주말엔 나가서 외식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는 것들. 돈을 그많이 벌고 나서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겨우 그거라니, 그 정돈 지금 나도 할 수 있잖아?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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