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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작가, MZ가 세상을 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

요즘 멋쟁이들은 다 한다는 러닝을 도외시하고 살아온 한 명의 뚱뚱이로서 이번 책을 접한 것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둘 중 어떻든 나에겐 행복한 동행이었다. '나도 한번 뛰어볼까?' 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되뇐 거 보면, 트래바리 녀석들 쫌 친다?. 책은 수수하고 평온하다. 동시에 속도감이 느껴진다. 어려운 문장 없이 구어체로 툭 하고 말 걸어온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췌언 섞인 대답을 반복하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나도 뛰고 있다. 그렇게 뛰면서 유쾌하고 괴짜스러운 그가 차근차근 얘기한다. '제가 보스턴에 있을 때 말이죠~?'로 시작되는 그의 첫마디는 다소 '투머치 토커'를 연상시키지만, 이네 줄곧 그의 여정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아는 건 또 어찌나 많은지 자칫 지나칠 뻔한 장대한 풍경들에 대해서도 기갈나..

'멀티태스킹', 'N잡의 시대', 시사, 정치, 경제 할 것 없이 세상은 빠르게 돌아간다. 신기술과 혁신을 통한 기회는 사방에 넘쳐나고, 가능성은 무한하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동시에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는 나를 종용하는 듯한 압박감까지 있는 듯 하다. 모든 이슈들의 아우성을 듣다 보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 것 같다. 이에 어찌할 바 모르고 서두르다 보면 우리가 너무 많은 일을 시도하면서 너무 적게 성취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고민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공한 기업가이자 '원씽'의 저자인 게리 켈러는 단호하게 얘기한다. "단 하나의 원칙을 따라 살아라. 바로 그 단 하나가 탁월한 성과를 내는 시작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일 하고 있다. 멀티태스킹이 곧 능력이라는..

많은 류의 책 중에서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분야를 선호하는 이유는, 세상의 혼돈의 원초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족보행하는 유인원이 이족보행하는 인간으로 진화하는 그림일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유인원 진화의 종착점이 고등생물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선형적 진화론에 해당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코 진화는 선형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처럼 방사형에 가깝다. 수만 가지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형된 객체 중에 일부 그룹만이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객체들은 또 수만 가지의 진화를 거쳐 그중 일부 객체들을 생존 유지 시킨다. 이렇게 살아남은 객채를 자연 선택됐다고 한다. '자연선택'이란 자연이 특수한 객체를 선택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교를 갔다. 3.5점 이상의 학점을 유지하고 나름의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취직했다. 이제 적금을 들어 돈을 모으고 50% 이하의 융자금을 껴서 집을 사고 결혼하여 천천히 갚으면 20년 뒤에는 집이 생길 것이다. 그럼 20살쯤 된 나의 아이도 4년제 대학교를 가고 동일한 과정을 밟을 것이다. 사회가 만든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일은 비교적 평온하다. 마치 공략집을 보고 하는 RPG 게임과도 같이 옳은 길이라는 모종의 확신을 갖게 된다. 반대로 커리큘럼을 따라가지 않는 길에는 가로등이 없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체육인, 대학교 진학 없이 소형 카페를 차린 젊은이들에게 투하되는 뭇매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창의성의 진보를 회귀시키고 커리큘럼을 지키는 자들에게..

꿈이 있는지 물어보는 건 꼰대에요 2020년 예능 프로그램인 '한끼줍쇼'에서 이경규가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는 행위도 어쩌면 꿈을 강요하는 꼰대들의 지적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끼리 갑론을박의 논쟁이 있었다. 더 나아가 요즘 유튜브나 영상매체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주제는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하나?'이다. 이 주제를 다루는 영상매체들의 결론은 역시 '의미가 있어야 한다'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이러한 냉소적인 질문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상황과 이유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현시대는 너무나 똑똑하고 합리적인 나머지 철학과 서사가 설자리가 없다 과거 사람들은 비교적 단순한 종류의 신념들을 가졌다. 예를 들면 가족, 전통, 윤리,..

- 우리는 죽음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당신은 살면서 죽음에 직면한 사람을 얼마나 본 적 있는가? 의료 강국인 대한민국은 죽음을 내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병원에서 케어한다. 덕분에 몇몇 의료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은 소국가에 비해 높은 확률로 많은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에 직면한 환자에게는 놀랍게도 죽는 시간까지 지명해 준다. 오 위대한 의료 문명의 대한민국이여! 아프면 병원에 간다. 병을 고치면 퇴원하고 못 고치면 연명하다 자연스럽게 죽는다. 덕분에 우리는 죽음을 우리 눈앞에서 치울 수 있게 됐다. 옛날처럼 방 한쪽에 허름한 이불에 누워서 헉헉되는 노인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볼 필요가 없다. 아침마다 미닫이 문을 열며 걱정스레 생사를 확인하는..

무가치함을 받아들이는 가치로움 인생영화를 꼽으라 하면 내 픽은 언제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원스'이다. 이전엔 크리스토퍼 놀란이 신작을 개봉할 때마다 인생영화가 바뀌었던 나의 갈팡진 취향을 강제로 정착시킨 명작이다. 익살스러운 영화의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이 영화의 대표적인 평은 'B급 흉내를 내는 S급 영화'라는 말이다. 주인공과 악역은 우주(멀티버스)를 넘나드며 다양한 모습으로 싸운다. 여기서 악역은 '허무주의'를 이미지로 구체화 한 인물이다. 결국 허무주의를 이겨내고 이내 악역까지 포용하는 주인공은 '능동적 허무주의'이다. 이렇게나 무거운 철학적 관념을 출력하기 위한 이미지로 '손가락이 소시지로 되어있는 세상', '항문에 무언가를 꽂은 채 격투를 벌이는 남자 둘' 따위로 표현하다니, ..

가치는 서열이 있나? 인간사에서 우리는 가치를 부여할 때 유독 '돈'에는 박하며 '경험'에는 관대하다. 돈을 목적으로 사는 삶은 욕망에 점철된 낮은 가치의 삶으로 치부하는 반면에, 경험을 추구하는 삶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는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인터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의식이다. 부자들의 인터뷰처럼 '돈으로 행복을 살 수없다'면 경험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왠지 후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더 진보적이고 세련되게 느껴진다. 미국의 요리사이자 TV스타였던 '앤서니 보데인'은 2018년 6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생일 마감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수년간 수석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베테랑 셰프의 면모를 갖췄다. 이후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연달아 요리 기행을 다니는 방송에..

호주에 한국으로 귀국 후 인천 송도에서 고급 아파트 홍보관에서 일한 적 있다. 해당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가 소유했던 주상복합 아파트이며, 건설사는 현금 확보를 위해 아파트를 파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임차인이 입주하여 장사 중인 가게들의 소유권을 민간에게 파는 일을 도왔다. 해당 매물들의 가격은 상당했다. 10억짜리 봉구비어부터 80억짜리 2층 밴츠 매장까지 다양했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했다. 홍보관에 스타벅스 음악이 나오게끔 스피커를 조정했고, 손님들에게 커피나 다과 따위를 서빙했다. 세상에 그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것도 처음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전단지를 주면서 20억짜리 건물을 홍보한다면 10명 중에 몇 명이나 호응할 것 같은가? 놀랍게도 50%의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고, 30% ..

인류의 출현 인류의 출현은 지금으로부터 350만 년 전쯤 아프리카 남부에 거주한 유사인류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등장을 시작으로 본다. 두개골의 크기가 고릴라보다 크고 직립으로 걸으며 조잡한 도구를 사용하였다. 초기인류는 점점 똑똑해지며 불을 사용하는 법을 알게되어 음식을 익혀먹었고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였으며 시체를 매장하는 풍습을 지녔다. 233만년~140만년전에 살았던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는 석기를 사용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더욱 발달한 뗀석기를 만들었다. 돌과 동물의 뼈를 이용하여 만든 도구로 사냥을 하기도 했으며 가죽과 뼈를 발라내어 먹기 시작하였다. '똑바로 선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에렉투스는 불을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불을 활용하여 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