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작가, MZ가 세상을 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

'경험'은 '돈'보다 숭고한가? - 앤서니 보데인 본문

집필中 [MZ로 세상 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

'경험'은 '돈'보다 숭고한가? - 앤서니 보데인

철작가 2024. 1. 5. 18:51

가치는 서열이 있나?

 

인간사에서 우리는 가치를 부여할 때 유독 '돈'에는 박하며 '경험'에는 관대하다. 돈을 목적으로 사는 삶은 욕망에 점철된 낮은 가치의 삶으로 치부하는 반면에, 경험을 추구하는 삶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는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인터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의식이다. 부자들의 인터뷰처럼 '돈으로 행복을 살 수없다'면 경험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왠지 후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더 진보적이고 세련되게 느껴진다. 

 

 미국의 요리사이자 TV스타였던 '앤서니 보데인'은 2018년 6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생일 마감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수년간 수석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베테랑 셰프의 면모를 갖췄다. 이후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연달아 요리 기행을 다니는 방송에 출현하면서 일각 스타덤에 오른다. 2005년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 여러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다양한 음식과 요리를 먹으며 다양한 삶을 경험한다. 2016년 CNN의 여행 프로그램 'Parts Unknown'에서 앤서니는 당시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베트남 허름한 가게에서 쌀국수를 먹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장면이 너무 유명해서 '쌀국수 외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이렇게 전국 다양한 곳을 누비며 남들이 평생 두 번도 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수년간 해왔다. 미국에서 그의 여러 가지 별명중 하나는 'Man with the best job in the world'로 경험을 높은 가치로 추구하는 현시대에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죽음은 전 세계에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돈보다 경험을 추구하는 현시대적 의식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많은 이유가 있다. 과거에 비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더 이상 굶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메슬로의 5단계 욕구' 중 1~4단계를 어렵지 않게 충족할 수 있다. 웬만한 게 갖춰져 있는 우리들에게 남은 건 마지막 5단계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계속적 발전을 위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경험을 높은 가치로 보는 의식은 자아실현의 욕구에서 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인간은 이 욕구에 대한 갈망으로 경험을 걸식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에 대한 욕구는 이제 너무 쉽게 충족할 수 있는 반면, 경험을 포식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사람들 사이에 경험에 대한 갈망은 계속 커진다. 이러한 현상은 SNS를 통해 수십 배로 증폭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듯이 비일상적인 곳에서의 경험을 그 자체로 자랑이 된다. 경험 욕구에 대한 갈망은 선망이 되어 '앤서니 볼데인'을 세계 스타로 만들었다.

 

  경험에 대한 욕구가 돈에 대한 욕구보다 더 높은 가치인가? 그렇다면 욕구끼리의 숭고함에 대한 서열이 있는걸까? 건강에 대한 욕구는 경험에 대한 욕구와 돈에 대한 욕구의 중간정도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욕구에는 서열이 없다. 욕구에 대한 가치는 개인에 대한 가치관에 100% 의존하여 평가될 뿐이다.

#앤서니보데인 #오바마 #쌀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