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작가, MZ가 세상을 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
죽음에 대한 태도 - 탄생보다 죽음이 많은 나라에서 MZ로 살기 본문
- 우리는 죽음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당신은 살면서 죽음에 직면한 사람을 얼마나 본 적 있는가? 의료 강국인 대한민국은 죽음을 내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병원에서 케어한다. 덕분에 몇몇 의료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은 소국가에 비해 높은 확률로 많은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에 직면한 환자에게는 놀랍게도 죽는 시간까지 지명해 준다. 오 위대한 의료 문명의 대한민국이여! 아프면 병원에 간다. 병을 고치면 퇴원하고 못 고치면 연명하다 자연스럽게 죽는다. 덕분에 우리는 죽음을 우리 눈앞에서 치울 수 있게 됐다. 옛날처럼 방 한쪽에 허름한 이불에 누워서 헉헉되는 노인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볼 필요가 없다. 아침마다 미닫이 문을 열며 걱정스레 생사를 확인하는 삶을 살 필요가 없다. 아주 숭고하고 합리적으로 우리는 죽음을 병원에 떠맡겼다.
대한민국은 죽음에 익숙해지고 있다. 2022년 한국 인구는 12만 3천800명이 자연 감소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24만 9천 명의 아기가 태어났고 37만 2천800명이 사망했다. 2020년 이후 자연감소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해가 갈수록 그 폭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전년동기대비 0.05명 감소했다. 매년 유래 없는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체 인구 연령은 역피라이드 구조로 변모하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4년 예상 평균연령은 남자 43.9세, 46.3세이다. 이보다 30년 전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가 발매된 1994년 대한민국의 평균연령은 남자 29.7세 여자 32세였다. 이때만 해도 서른 즈음의 남자는 대한민국 절반의 남자들보다 형님이었고 가장이었다. 서름 즈음에는 나라의 어른으로써 행동해도 될 나이였다. 2024년에는 43세의 한국 남성은 아직도 어리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사망원인은 1위가 암이다. 작년 한 해에만 인구 10만 명당 163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년간 '암'은 사망원인 부동의 1위를 유지해 왔다. 2위는 심장질환, 3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다. 암으로 인한 사망은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동양인의 유전적 요소를 필두로 노화에 따른 암 발생률이 높다. 코로나에 의한 사망은 10만 명 중 61명으로 전년도에는 없던 사망원인이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확산으로 많은 사람을 잃었고 인류는 대비책의 공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0~30대의 사망원인은 1위가 '자살'로 나타났다. 10대 사망자 10명 중 4명이, 20대 사망자 절반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40대, 50대는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서 그렇지 자살에 의 한 사망률은 2위로 절대 숫자도 많다.
죽음을 대하는 관점은 두 가지가 있다. 타인의 죽음을 보는 관점과 나의 죽음을 보는 관점이 그것이다. 타인의 죽음을 맞이하는 개인의 감정은 슬픔과 애도, 더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에 가깝다. 더 이상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 타인에 대한 상실감과 공백은 감정적으로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대게 삶의 가치를 피봇팅 할 수 있는 성찰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나의 죽음은 세상의 소멸이다. 나는 존재하기 때문에 타인의 죽음에 성찰하고 생명의 연속성을 이해한다.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순환, 인류의 문명과 허망함,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인지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면 무수히 커다랗던 코스모스의 우주도 사라지는 것이다. 간혹 정신은 다른 세계에서 불멸하며 과거 육체가 했던 과오들을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종교적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육체가 사라지고 난 후 정신이 발 디딜 공간은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내 세상을 끝나는 순간, 죽음을 앞둔 나는 나의 행적을 되짚어보며 족적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 마지막 순간에는 어디에, 어떻게 죽을 것이며 누가 있을까? 또는 누가 있기를 바라는가? 만족스러울까, 아니면 후회로 점철된 삶을 탄식하며 마지막 숨을 내뱉을 것인가? 후회하지 않는 삶은 어떤 삶일까?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 호주 출신의 책의 저자 브로니웨어(Bronnie Ware)는 죽음 직전의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후회 5가지를 자신의 서적에 언급했다.
1.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정한 ‘나 자신’으로서 살지 못했다.
2. 직장 일에 너무 바빴다
3. 진심을 표현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4. 친구들과 연락하지 못했다
5.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
종합해 보면 타인의 시선, 일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자신을 억압한 것에 대한 후회이다. 따라서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라, 따위의 당연한 결론에 귀결된다. 뻔하다. 그렇지만 이 말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성은 충분하다. 내가 속한 세계를 확장시켜야 한다. 내 세계의 크기가 대한민국이면 대한민국에 팽배한 의식들과 관념들에 사로잡힌 채 살아야 한다. 내 세계가 범지구적 크기와 같다면, 대한민국의 보편적 관념들은 나의 삶의 옵션 중에 하나다. 내게 맡는 옵션을 골라 선택하면 된다. 내 세계가 우주적 관점과 같다면 구태어 인위적인 보편적 진리를 탈피할 수도 있다. 물론 정도의 차이겠지만.
내 세계를 한정시키지 말라, 그리하면 삶의 태도의 변화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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